탄소중립 기술 속 이리듐의 부상 (친환경 촉매, 재생에너지, 에너지전환)
이리듐(Iridium)은 백금족 금속 중에서도 가장 단단하고 부식에 강한 원소다. 과거에는 고급 만년필 촉에 쓰이는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수소경제, 재생에너지, 탄소중립 기술을 이야기할 때, 이리듐은 점점 더 중요한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전기분해 기반의 친환경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기술에서 이리듐은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촉매로 각광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이리듐이 왜 부상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 원소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다뤄보고자 한다.
이리듐, 친환경 촉매 기술의 숨은 핵심
이리듐의 진가는 물속에서 빛난다. 정확히 말하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전기분해 기술, 그중에서도 PEM(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시스템에서다. PEM 방식은 순수한 수소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탄소중립 수소 생산 방식 중에서도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 PEM 수전해 기술의 핵심 촉매가 바로 이리듐이다. 전기분해에서 산소 발생반응(OER)은 특히 높은 과전압을 필요로 하는데, 이리듐 산화물이 이 반응을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으로 유도한다. 나는 지난해 수소에너지 관련 학회에서 만난 한 국내 연구자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리듐은 전해조에서 일종의 ‘마법의 가루’와 같다”는 말이었다. 고온, 고습, 고전압이라는 3중 스트레스를 견디면서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리듐은 다른 금속 촉매와는 격을 달리한다. 그때 처음으로 이 원소의 과학적 깊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관련 논문들을 읽어보면서 느낀 건, 이리듐은 단순히 촉매 역할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환을 가속화하는 금속’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이리듐이 지구 전체에서 매우 희귀하다는 사실이다. 연간 생산량은 7톤 내외로, 플래티넘이나 팔라듐보다 훨씬 적고, 대부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러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처럼 수소경제가 확장되는 시점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수소 전기차, 수소터빈, 산업용 전해 시스템이 늘어날수록, 이리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리듐의 촉매 성능을 테스트한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실험 결과였다. 이리듐 산화물 전극은 1,000시간 연속 작동 테스트에서도 거의 성능 저하가 없었다. 수소경제에 있어서 신뢰성과 내구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리듐은 단순히 “잘 되는 금속”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금속”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와 이리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이리듐은 수소 생산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보조 동력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간헐성이라는 문제가 있고,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다른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때 PEM 수전해를 이용해 ‘전력→수소’로 전환하고, 저장 후 다시 연료전지로 전력을 뽑아내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이 모든 과정의 앞단에 이리듐이 촉매로 들어간다. 보이지 않지만,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의 기술적 중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나도 처음엔 이리듐이 단순히 '값비싼 금속'쯤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유럽 수소연합(Hydrogen Europe)이나 일본의 뉴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리듐 없는 수전해는 아직까지 ‘이론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현재 상용 가능한 고성능 수전해 기술은 거의 대부분 이리듐 의존적이다. 그 사실을 접하고 나서부터는 이리듐이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에너지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재료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리듐이 매우 강한 내식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해수 전해와 같은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도 부식되지 않는 성질은, 향후 해양 수소 플랜트 건설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실제로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몇몇 수소 프로젝트에서는 해상 풍력과 연계된 수전해 장비에 이리듐 기반 전극을 장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니라, 바다와 전기를 연결하는 기술의 다리 역할을 이리듐이 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앞으로 이리듐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순도 조절 기술과 촉매 재사용 기술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이리듐의 단점은 가격과 수급 안정성이다. 하지만 촉매 재활용, 나노화 기술 등을 통해 사용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리듐은 수소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에너지전환 시대, 이리듐의 가치는 어떻게 변할까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면, 이리듐은 그 중심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작지만 강력한’ 재료라 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발전소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에너지 생산-저장-소비 전체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다. 그리고 그 복잡한 고리 사이를 이어주는 금속이 바로 이리듐이다. 나는 이리듐을 볼 때마다 ‘필요할 때는 아무도 모르지만, 없으면 다 멈추는 부품’이 떠오른다. 지금은 공급망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지만, 수소 인프라가 늘어나고, 국가 간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 이리듐의 존재감은 전략자원 수준으로 격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4년 현재, 미국 DOE는 이리듐을 5대 전략 금속 중 하나로 관리하고 있고, 유럽연합도 자원 확보 프레임워크에 이리듐을 포함시키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흐름은, 최근 이리듐을 활용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연구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고온에서도 성능이 유지되는 이리듐의 특성 덕분에, 고체산화물 기반 연료전지에까지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말은 곧 이리듐이 PEM 수전해뿐 아니라 연료전지 기술에서도 쌍방향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에너지전환의 성공 여부는 결국 ‘가장 작은 구성 요소가 얼마나 효율적인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리듐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기술적 진화를 현실화하는 매개체다. 앞으로 이 금속의 위치는 단순 소재를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필수요소’로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작은 원소, 거대한 변화를 움직이다
이리듐은 작은 금속이지만, 에너지 흐름을 결정짓는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친환경 촉매로서, 재생에너지 시스템의 동력원으로서, 그리고 에너지전환의 숨은 키스톤으로서 그 존재감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우리가 이리듐을 단순히 고가 금속으로 볼 게 아니라, 탄소중립 기술의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