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의 전기전자 산업 적용 사례 (PCB, 솔더링, 무연납)
주석(Sn)은 겉보기에 단순한 회색빛 금속일지 모르지만, 전기전자 산업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PCB 기판부터 납땜용 솔더링 재료, 그리고 무연납 대체 소재까지, 주석은 거의 모든 회로의 연결고리이자 안정성을 지탱하는 핵심 물질로 쓰인다. 이 글에서는 전자기기 제조에 있어 주석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어떤 장점과 한계가 있으며, 향후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다루고자 한다. 필자인 나 역시 과거 납땜 작업을 직접 해봤고, 무연납이 대체로 까다롭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이 글에는 실무적 경험도 함께 담았다.
주석과 PCB: 연결의 기본을 이루는 금속
PCB(Printed Circuit Board)는 전자제품의 심장과 같다. 그리고 이 회로기판에서 전기 신호가 흐르도록 도와주는 ‘배선의 연결점’ 역할을 주석이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구리만 생각하지만, 실제로 PCB 위에 형성된 구리선의 산화를 방지하고, 부품이 정확하게 붙도록 납땜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주석이다. 특히 OSP(Organic Solderability Preservatives) 처리 이전에는 주석 도금이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저가형 PCB는 주석 도금 공정이 포함돼 있다. 내가 직접 봤던 한 중소기업의 생산 라인에서는 여전히 무광 주석 도금이 적용된 PCB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비용 절감과 간단한 제조 공정 때문에 이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고급형 PCB에서는 은이나 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주석 도금이 제공하는 '기본 신뢰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단가와 성능 사이에서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는 금속이 바로 주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최근 고속 신호처리 기판이나 HDI(High Density Interconnect) 보드에서도 여전히 주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저온에서도 납땜이 잘 되고, 산화에 강한 성질 덕분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실험용 PCB를 제작할 때, 금속 코팅 공정이 번거로워 그냥 순수 주석 솔더를 이용해 납땜해 본 경험이 있는데, 실온 납땜 특성이 상당히 좋았다. 이런 점에서 주석은 단순한 보조재료를 넘어, 회로 설계자와 엔지니어가 실제 공정에서 신뢰하는 '현장형 금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더링: 주석이 만든 전자 연결의 예술
솔더링(Soldering)은 전자 부품과 회로기판을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공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합금이 바로 주석 기반 솔더다. 과거에는 납(Pb)과 주석이 60:40 비율로 혼합된 합금이 표준이었지만, 납의 독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무연납 솔더가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석은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무연납 솔더의 경우, 주석 99% 이상이 기본 조성이다. 즉, 납이 빠졌다고 해도, 주석은 여전히 중심에 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전자 키트 조립을 하면서 무연납 솔더를 사용해봤을 때 처음 느낀 건 ‘이건 왜 이렇게 어려워?’였다. 납이 들어간 솔더는 낮은 온도에서도 부드럽게 녹아 들고, 표면장력도 좋았기 때문에 초보자도 다루기 쉬웠다. 하지만 무연납은 녹는 온도가 30~40도나 더 높고, 표면의 유동성도 부족해 작업 난이도가 확연히 올라갔다. 결국 익숙해지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주석의 성질 하나하나가 작업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 전자 제조 현장에서도 무연납 주석 솔더를 사용할 때, **소량의 은(Ag) 또는 구리(Cu)**를 혼합해 솔더의 유동성과 결합력을 조절한다. 대표적인 조성이 Sn-Ag-Cu(SAC) 계열인데, 이 역시 주석이 기본이다. 공정 상에서도 온도 제어, 플럭스(Flux) 사용법, 솔더 브리지 방지 등 주석의 특성에 맞춘 기술적 보완이 요구된다. 나는 한 번 솔더 브리지가 발생해 전체 보드를 리워크(재작업)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솔더의 점도와 흐름을 예측하는 능력은 주석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걸 실감했다. 그만큼, 솔더링이 단순히 금속을 녹여 붙이는 과정이 아니라, 금속의 특성을 이해하고 다루는 섬세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석은 여전히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형화, 고집적화가 진행되는 스마트 기기 제조에서는 주석 솔더의 특성이 설계 단계부터 고려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무연납 시대, 주석은 어디까지 진화했나
무연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었다. 특히 RoHS(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규제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납을 포함한 전자제품은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 규제의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재료가 바로 납(Pb)이었고, 이 자리를 빠르게 메운 금속이 주석이었다. 무연납 솔더의 대부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Sn-Ag-Cu 계열이다. 하지만 문제는 열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다. 실제로 무연납은 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금속 피로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마이크로 크랙이 생기기 쉬워진다. 그 해결을 위해 등장한 것이 주석-비스무트(Sn-Bi) 계열 솔더다. 나는 국내 연구소에서 이 솔더를 테스트하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저온 솔더링이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실제 리플로우(Reflow) 공정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여 인상 깊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변화는 ‘나노 솔더’ 기술이다. 주석을 나노입자 형태로 가공하여 솔더 페이스트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미세 전자부품을 연결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내가 직접 사용해본 건 아니지만, CES 2024에서 본 시연에서는 스마트폰용 초소형 모듈에 나노 솔더를 적용한 예가 있었고, 상당히 안정적인 전기적 연결성을 보여줬다. 이 또한 주석의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시키는 사례다. 결국, 무연납이 자리 잡았다고 해서 주석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자적인 주역이 된 셈이다. 필자로서도 이런 점이 흥미롭다. 환경 규제로 인해 납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석이 중심에 섰고, 주석이 없었다면 전자 산업 전체가 엄청난 대안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석은 무연 시대의 ‘숨은 영웅’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금속, 주석
주석은 화려하진 않지만, 전자제품의 기초부터 고급 기술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존재하는 실질적인 금속이다. PCB의 도금, 솔더링의 기반, 무연납의 주역 등, 주석 없이는 전자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앞으로 주석은 나노소재, 초소형 모듈 분야에서도 더 넓은 활약을 하게 될 것이며, 이처럼 ‘보이지 않지만 확실한 기술력’은 전자기기 발전의 근간을 이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