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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 시대, 코발트는 필수인가? (탈탄소, ESS 소재)

esymbols 2025. 5. 14. 02:32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코발트(Cobalt)는 단순한 희소금속이 아니라 ‘전환의 열쇠’로 평가받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서, 코발트는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ESS), 스마트 그리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존재로 떠오른다. 그러나 공급 불균형과 채굴 윤리 문제, 대체 기술 개발 등의 이유로 코발트의 입지는 끊임없이 재조정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발트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과연 ‘에너지 전환 시대에 정말 필수적인가’에 대해 산업적 관점과 개인적 고민을 담아 깊이 있게 다뤄본다.

코발트 이미지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선 금속, 코발트

전기차의 시대,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 그리고 탄소중립을 향한 전 세계의 움직임 속에서 ‘코발트’는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배터리 산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코발트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코발트는 양극재의 주요 구성 원소로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 열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같은 고성능 배터리에서 코발트는 니켈의 단점을 보완하고, 발열을 억제하며, 안정적인 충전·방전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고출력이나 고온 환경에서도 배터리의 구조적 붕괴를 방지하는 데 있어 코발트는 거의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코발트의 양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 보통 전기차 1대당 5~10kg의 코발트가 들어간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매년 수천만 대씩 늘어나는 걸 감안하면, 이건 그야말로 ‘코발트 전쟁’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코발트는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와 같은 고용량 배터리 장치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력망에서의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거나, 태양광·풍력과 같은 변동성 높은 재생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데 필요한 핵심 구성품이 바로 코발트 기반의 배터리다. 이처럼 코발트는 단순히 전자기기 배터리용 원료를 넘어, 전력 안정성과 재생에너지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자원이 되었다. 다만, 여기서 생기는 질문은 ‘정말 코발트가 없으면 안 되는가?’이다. 기술적 측면에선 대체재도 연구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코발트 없는 고성능 배터리는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 그만큼 코발트는 아직 ‘탈탄소 시대의 열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공급망 리스크와 윤리적 딜레마, 코발트의 그림자

에너지 전환에 있어 코발트의 중요성은 분명하지만, 그 뒤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코발트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그중 하나다. 전 세계 코발트의 약 70%는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생산되며, 이 중 상당수는 수공 채굴(ASM)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아동 노동, 안전 미비,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윤리적 자원’으로서의 자격을 묻게 된다. 나 역시 한 번은 이런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어린아이가 맨손으로 흙을 파고 코발트를 채취하는 모습은, 아무리 기술이 진보하고 친환경을 외쳐도 그 기반이 이런 현실이라면 과연 ‘지속 가능성’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만든다.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쓰인 자원이 누군가의 인권 위에 세워졌다면, 우리는 과연 환경을 구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착취 구조를 소비한 것일까. 이런 윤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공정 채굴 인증(CoC, Cobalt from Certified Mines)’이다. 또한 일부 배터리 제조사는 공급망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거나, 리사이클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코발트는 ‘비인증 경로’를 통해 유통되며, 소비자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다. 코발트 공급의 대부분이 아프리카-중국 축에 편중되어 있어, 세계적인 갈등이나 무역제재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코발트 정제·가공 능력의 약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EU 등 서방 국가들로 하여금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단지 에너지 저장 능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이 자원을 어떻게 ‘깨끗하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코발트의 윤리적 이슈는 기술적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논의 지점이며, 소비자도 이에 대해 더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발트를 대체할 수 있을까? 기술의 진화와 새로운 길

코발트의 중요성과 그 그림자 모두를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코발트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까?” 현재 연구 중인 대안 소재로는 LFP(리튬인산철), LMNO(리튬망간니켈산화물), 전고체 배터리 등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실제 전기차나 ESS 제품에 탑재되며 상용화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LFP 배터리는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지만, 안전성이 높고 수명도 길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나 저온 성능에서는 NCM계 배터리에 비해 여전히 뒤처진다는 평이 많다. 또한 최근에는 코발트-프리 배터리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테슬라, BMW, 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들이 코발트를 줄이거나 없애는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2030년을 전후로 코발트의 수요곡선이 꺾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완전한 대체는 쉽지 않다. 예컨대 전기차의 고성능 스포츠 모델이나 ESS의 극한 환경용 배터리 등, 높은 안정성과 출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여전히 코발트가 유리하다. 결국 코발트의 대체 여부는 단순한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얼마나’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최적화의 문제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이 코발트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 변화가 단번에 일어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오히려 코발트의 효율적 사용과 윤리적 채굴, 그리고 리사이클링 기술을 병행하며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이라 본다. 기술과 윤리, 환경 사이에서의 균형점이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코발트는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배터리 속에서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며, 탈탄소 사회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권과 환경, 자원 불균형이라는 복잡한 현실이 숨어 있다. 나는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모든 기술에 대해 우리가 진짜 친환경인지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발트는 필수이되,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