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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스텐의 핵심 전략소재 지정 배경 (공급불안, 대체불가성, 국제규제)

by esymbols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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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스텐(W, Tungsten)은 원자번호 74번을 가진 금속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칠 일은 거의 없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높은 용융점과 압도적인 밀도, 우수한 경도와 내마모성을 지닌 이 금속은 전자, 방산, 에너지, 항공우주 등 다양한 전략 산업에 핵심적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 텅스텐은 각국에서 ‘전략소재’ 또는 ‘핵심광물’로 지정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단순히 기능적 우수성 외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체 불가성, 그리고 국제무역 규제가 맞물려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지정 배경을 중심으로 텅스텐이 왜 지금 가장 주목받는 금속 중 하나인지, 산업적·정책적 시선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텅스텐 광원 사진

공급불안: 80% 이상을 중국이 쥐고 있다

텅스텐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우수성’이 아니라 ‘편중’이다. 전 세계 텅스텐 광석의 약 80% 이상이 중국에서 채굴되며, 정제 및 가공 또한 중국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 중 83%가 중국에서 나오며, 나머지 소수 국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구조는 사실상 ‘중국이 밸브를 잠그면 전 세계 산업이 멈춘다’는 뜻과 같다. 내가 이 문제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실제 국내 소재 기업 한 곳에서 자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였다. 해당 업체는 특수 합금에 쓰이는 텅스텐 분말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왔는데, 2022년 하반기 들어 수입이 지연되면서 전체 생산 일정이 3주 이상 밀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금속이 단순히 다른 걸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계가공용 초경합금부터 방산용 핵심 탄소복합소재까지 텅스텐이 들어가지 않으면 ‘대체불가’인 부품이 꽤 많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텅스텐에 대해서도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유럽은 본격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자국 내 텅스텐 매장량을 기반으로 광산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고, EU는 텅스텐을 전략 원소 리스트에 2017년부터 꾸준히 포함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 광물의 추출이 까다롭고, 정제에는 고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매장량만으로는 공급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필자로서 느끼는 텅스텐의 가장 강력한 속성은 ‘수요는 글로벌, 공급은 지역적’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텅스텐 수요를 견인하면서도, 실제 공급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어 이 금속은 전략무기화 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최근 한국도 광물자원공사를 통해 텅스텐 확보 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공급 다변화보다 더 중요한 건 국내 정제 및 가공기술의 확보라고 생각한다.

대체불가성: 기술적으로 ‘너 아니면 안 돼’인 금속

텅스텐이 전략소재로 지정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현실적인 대체불가성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모든 금속이 어느 정도는 대체 가능하다. 하지만 텅스텐만이 가진 물리적 특성—예컨대 3422°C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용융점, 19.25g/cm³에 달하는 고밀도, 높은 열전도율과 전기저항률—은 특정 분야에서는 단 하나의 선택지로 작동한다. 대표적인 예가 방산 분야다. 텅스텐은 관통자탄, 고속 미사일, 방탄복 심재 등에 쓰인다. 이 모든 부품들은 극한 충격과 고열을 견뎌야 하는데, 텅스텐 없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필자로서도 텅스텐의 물성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건, 이 금속은 단순히 ‘강한 것’을 넘어서 극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발휘하는 믿음직한 재료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서는 텅스텐이 배선 재료로 사용된다. 특히 3D NAND 구조에서는 구리보다 텅스텐이 오히려 전기적 안정성이 높고, 식각 공정에서도 유리하다. 내가 작년 SEMI Korea 전시회에서 본 한 장비 업체의 시연에서는, 텅스텐 배선 구조를 가진 칩이 구리 대비 15% 더 높은 내구성과 신뢰성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데이터를 보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생존의 문제가 된다. 이 외에도 텅스텐은 X-ray 튜브의 타겟 소재, 용접 전극, 고온 히터, 우주선 연료 노즐, 원자력 발전소 내부 구조물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쯤 되면 텅스텐은 금속이라기보다는 **‘기술을 작동시키는 촉매’**에 가깝다. 내가 소재를 보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없을 때 얼마나 불편한가’인데, 텅스텐은 없으면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전략소재라 할 수 있다.

국제규제: 텅스텐이 가진 ‘지정학적 무게’

텅스텐이 단순한 기술재료를 넘어서 ‘지정학적 무기’로 취급되는 이유는 국제정세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 이후 텅스텐은 반도체와 함께 ‘전략 무기화’ 된 대표 소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2021년 이후 중국은 텅스텐 원료와 합금 수출에 대한 통제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실제로 특정 품목에 대해 ‘인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텅스텐을 공급받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국과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이로 인해 텅스텐을 ‘Critical Raw Material’(핵심원자재) 목록에 포함했고, 미국은 국방부를 중심으로 ‘Strategic and Critical Materials Stockpiling Act’를 개정해 텅스텐을 비축 항목에 넣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상업적 리스크를 넘어서 정치적·군사적 리스크 대응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NATO도 텅스텐의 공급망을 군사안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은 텅스텐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주도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필자로서 이런 흐름을 지켜보며 느끼는 건, 텅스텐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국가의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기술 독립’이 과학자들의 슬로건이었다면, 지금은 ‘자원 독립’이 국가 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다. 한국 역시 2023년 자원안보 전략 보고서를 통해 텅스텐을 ‘특별관리 대상 광물’로 지정했고, 이를 활용한 부품 및 장비 개발에 국비를 투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흐름이 단기적 대처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소재 내재화 전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특히 정제 기술의 국산화와 소재 중간재의 국산화가 병행돼야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다.

산업을 떠받치는 ‘무거운 금속’, 텅스텐

텅스텐은 그 무게만큼이나 산업과 국가안보에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금속이다. 공급의 불안정성, 기술적 대체불가성, 그리고 국제정세에 따라 바뀌는 규제환경 속에서 텅스텐은 단순한 금속 이상의 존재가 됐다. 내가 보는 텅스텐은,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략적 중심축’이자, 앞으로 기술 자립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돼야 할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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