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의 급속한 확산은 리튬, 코발트, 니켈 같은 금속 원소들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니켈(Ni)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성분으로, 에너지 밀도 향상과 충전 지속 시간 증가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온 니켈은 지금 ‘숨은 주역’에서 ‘필수 금속’으로 격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니켈이 전기차 배터리에서 어떤 기술적 기능을 수행하는지, 왜 산업계가 니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배터리의 성능을 책임지는 고니켈 양극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양극재다. 이 양극재는 보통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이 조합되어 만들어지며, 그중 니켈의 함량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고니켈 배터리라 불리는 NCM811(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 같은 구성은 특히 주행거리 연장과 고출력 구현에 유리하다. 내가 산업기사를 꾸준히 읽으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기술이 진보할수록 배터리 재료에 대한 미세한 조정이 성능의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10% 더 많은 니켈이 들어간다고 해서 단순히 저장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열 안정성, 충전속도, 수명, 생산원가 등 복합적인 요소가 동시에 반응한다. 특히 고니켈 양극재는 낮은 코발트 함량으로 인해 윤리적 이슈도 일부 해소할 수 있어 산업계의 ‘적정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고니켈이 무조건 ‘좋은 배터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열안정성이 낮아지는 단점도 따른다. 고온 환경에서 구조가 쉽게 붕괴되거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표면 코팅, 결정 구조 보완 등의 다양한 기술이 동원되며, 고니켈 소재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기술 집약체다. 전기차 업체들이 고니켈 배터리를 채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주행거리를 늘려야 시장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유럽 같은 시장에서는 1회 충전으로 6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차량이 트렌드가 되고 있고, 이를 실현하려면 결국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즉 니켈 함량이 높은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나는 니켈이 앞으로 리튬보다도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튬은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하지만, 니켈은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진짜 열쇠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시장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와 연구도 집중되고 있다.
수요는 폭발, 공급은 불안… 니켈 확보 전쟁
니켈이 각광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공급망 문제가 산업계의 큰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고순도 니켈(Pure Class 1 Nickel)은 단순한 채굴만으로는 얻기 어렵고, 복잡한 정련 공정을 거쳐야 하기에 공급량이 제한적이다. 2023년 이후, 전기차 제조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니켈 장기 공급 계약을 경쟁적으로 체결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테슬라,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등 주요 광산 지역과 직접 협력에 나섰고, 일부는 아예 자체 광산 투자까지 단행했다. 내가 이 흐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수출 규제였다. 자국 내에서 정제와 부가가치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인데, 이 조치 하나로 글로벌 니켈 시장이 휘청거렸다. 니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고, 공급 다변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결국 배터리 기업은 이제 ‘기술력’만이 아니라, 소재 확보 전략도 경쟁력의 핵심이 된 셈이다. 또한 니켈은 탄소 배출량이 높은 금속 중 하나로, ESG 흐름 속에서 생산 방식 개선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고에너지 사용이 불가피한 니켈 정련 공정에서는, 저탄소 수소환원 기술, 재활용 기반의 생산 루트 등이 점차 도입되고 있다. 니켈을 ‘친환경 금속’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다.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광산 투자부터 정제, 양극재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고, 에코프로도 북미 시장을 겨냥한 니켈 기반 양극재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내 생각엔, 앞으로 니켈은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전략자산처럼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배터리 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핵심 축이 되면서, 니켈은 철광석이나 석유처럼 지정학적 자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할 것이다.
니켈 기반의 미래 배터리, 기술의 진화는 계속된다
니켈은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뿐만 아니라, 미래 배터리 기술에서도 중심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고체전해질 배터리(Solid-State Battery)**나 리튬-황 배터리, 니켈-수소 배터리 등 차세대 전지 구조에서도 니켈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니켈 기반의 전극은 높은 전기화학 반응성과 에너지 용량을 제공하며, 안정적인 충·방전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다양한 전기화학적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료 엔지니어들이 선호하는 금속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고체전해질 배터리의 경우, 기존 액체 전해질이 가진 폭발 위험성과 온도 제약을 극복하면서도 고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려면, 니켈을 활용한 고활성 양극재가 필수적이다. 니켈의 높은 전자전도성과 결정구조 안정성은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니켈은 단순히 현재의 배터리를 위한 소재가 아니라, 미래 배터리 기술의 토대로 작동하고 있다. 나는 이 점에서 니켈을 ‘전환기의 금속’이라 표현하고 싶다. 과거 스테인리스 합금과 화폐, 코팅 등에서 쓰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고도화된 에너지 기술의 중심으로 이동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 진보와 함께 고니켈 배터리의 안정성 확보와 가격 경쟁력이라는 과제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재 기술과 제조 공정의 최적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지금, 니켈의 기술적 활용도는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의 심장을 바꾸는 작업, 그 핵심은 아마도 니켈이 될 것이다.
성능을 책임지는 니켈, 선택 아닌 필수
니켈은 이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중 하나가 아닌, 핵심이다. 에너지 밀도, 주행거리, 열안정성 모두에 영향을 주는 이 금속은 앞으로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할 기준점이 될 것이다. 나는 니켈이 전기차 시대를 지탱하는 ‘기반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기술과 공급망이 함께 진화해야 할 지금, 니켈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